‘빅쇼트(The Big Short)’로 잘 알려진 전설적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다시 한번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예견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그가 이번에는 **팔란티어(Palantir)**와 **엔비디아(NVIDIA)**에 대한 대규모 풋옵션(하락 베팅) 포지션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번 버리의 행보는 단순한 옵션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여전히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과열된 기술주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 마이클 버리의 포지션 공개 — ‘직접 밝힌’ 팔란티어·엔비디아 풋옵션
버리 대표는 11월 13일 자신의 SNS(‘X’, 구 트위터)를 통해 2027년 만기 풋옵션 보유 내역을 직접 공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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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란티어 풋옵션
- 만기: 2027년 1월
- 계약 수: 5만 계약 (총 500만 주 해당)
- 행사가: 50달러
- 현재 주가 대비: 약 73% 낮은 가격
- 엔비디아 풋옵션
- 만기: 2027년 12월
- 계약 수: 1만 계약 (총 100만 주 해당)
- 행사가: 110달러
- 현재 주가 대비: 약 43% 낮은 가격
즉, 버리는 팔란티어가 2027년까지 현재 주가(184.17달러) 대비 7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엔비디아 역시 현 수준(193.8달러)에서 40% 이상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 오보 바로잡기…“9억달러 베팅? 실제로는 920만달러”
버리가 이번 포지션을 직접 공개한 이유는 다름 아닌 언론 보도 바로잡기였다.
그는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이 “버리가 9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숏포지션을 취했다”고 보도하자, 곧바로 자신의 SNS에 직접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나는 팔란티어 풋옵션 5만 계약을 매수하는 데 920만 달러를 썼을 뿐”이라며 “9억1200만 달러라는 보도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포지션은 10월에 보유했던 거래이며, 11월 25일에 새로운 투자 포지션을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번 공개는 단순한 ‘하락 베팅’의 의미를 넘어, 투자 규모와 의도를 둘러싼 왜곡된 여론을 바로잡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 팔란티어 CEO와의 설전…“칩과 온톨로지를 공매도하는 건 미친 짓”
버리의 하락 베팅 소식이 전해지자, 당사자인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즉각 반응했다.
그는 “칩과 온톨로지를 공매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버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 팔란티어의 ‘온톨로지’는 회사의 데이터 플랫폼 핵심 기술로, 카프 CEO는 이를 AI 시대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버리는 가차없이 응수했다.
그는 “알렉스 카프와 그의 온톨로지가 13F 공시조차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반격하며, 자신의 투자 행보를 ‘무지에 대한 경고’로 묘사했다.
이 설전은 단순한 인물 간 감정싸움이 아니라, AI 기술주 거품에 대한 근본적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카프는 “AI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라며 성장에 확신을 보이지만, 버리는 “AI 낙관론이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 버리의 시각 — ‘AI 버블’에 대한 경고 신호
버리는 2023년부터 꾸준히 “AI 관련주 과열”을 언급해왔다.
그의 트윗에는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모든 혁명에는 진짜 혁신이 있다. 그러나 그 혁신을 과대평가하는 시장의 탐욕이 항상 버블을 만든다.”
즉, 그는 AI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인해 형성된 밸류에이션의 비정상적 팽창을 경계하는 것이다.
팔란티어와 엔비디아는 2023~2024년 AI붐의 대표 수혜주로, 이미 수십 배 상승을 경험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3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버리의 시각에서는 “이 정도의 프리미엄은 실적이 아닌 기대에 의존한 허상”이다.
■ 사이언자산운용, SEC 등록 해제…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하나
한편,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Scion Asset Management)**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을 해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사실상 외부 자금 운용을 중단하고, 자신의 자산만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FO)’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리는 올해 연말까지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보다 비공개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전략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 수익보다 “거시적 리스크 헤지”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투자자들의 반응 — “버리의 하락 베팅이 곧 시장 신호”
버리의 하락 베팅 소식이 전해진 이후, 팔란티어 주가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한 심리적 반응으로 보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버리의 포지션이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도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버리는 과거에도 비슷한 경고를 남겼다.
2021년,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밈주식과 암호화폐에 지나치게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후 2022년의 고점 붕괴가 이어졌다.
그의 행보는 항상 논란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시장 사이클을 선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정리 — ‘버리의 숏’은 단순한 하락 베팅이 아니다
이번 팔란티어·엔비디아 풋옵션 포지션은 단순히 “주가 하락을 노린 투기성 베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 시장 과열에 대한 리스크 헤지:
AI 중심의 기술주 과열 국면에서, 버리는 체계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전략적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 언론 왜곡에 대한 반발:
자신의 투자 규모와 의도를 직접 해명하며, “숏 베팅 = 시장 공포 조장”이라는 단순 프레임을 거부했다. - 시장 참여자에 대한 경고:
“AI는 혁명이다”라는 신념 뒤에 숨은 밸류에이션 거품을 냉정하게 직시하라는 메시지다.
■ 마무리 — 전설은 다시 경고한다
마이클 버리는 단기 성과보다 거시적 위험을 읽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시장의 공포 속에서 ‘롱(Long)’을, 탐욕 속에서 ‘숏(Short)’을 취해왔던 이유다.
이번 팔란티어·엔비디아 풋옵션 역시 단순한 ‘하락 예언’이 아니라,
“AI 시대의 탐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물음표로 볼 수 있다.
버리는 여전히 시장의 이단아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의 ‘이단적 통찰’은 종종 다음 위기를 가장 먼저 포착해왔다.
그의 이번 움직임이 또 한 번 시장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가 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약 포인트:
- 버리, 팔란티어(50달러)·엔비디아(110달러) 대규모 풋옵션 공개
- 언론의 9억달러 오보 바로잡으며 실제 투자액은 920만달러
- 팔란티어 CEO와의 공개 설전으로 ‘AI 버블 논쟁’ 재점화
- 사이언자산운용 SEC 등록 해제 → 패밀리오피스 전환 가능성
- 시장에서는 “AI 과열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
참고: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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